[이승우의 IT인사이드] 세 번째 '인공지능 겨울'이 올까

입력 2023-04-04 18:09   수정 2023-04-05 00:22

자신을 닮은 기계를 창조하겠다는 인간의 욕심은 인류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청동 거인 ‘탈로스’가 있다. 크레타섬을 하루 세 바퀴씩 돌며 침입자로부터 섬을 지키는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외부 선박이 침입하면 바위를 던지고, 상륙한 적은 자신의 몸을 달궈 끌어안아 태워 죽인다. 인간과 같은 감정도 지녔다. 탈로스는 영생을 주겠다는 마녀 메데이아의 속임수에 넘어가 최후를 맞게 된다. 탈로스가 최초의 AI 로봇이라면 메데이아는 가장 오래된 해커다.

신화의 영역이던 AI를 과학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다. 그는 1940년대 알고리즘과 계산 개념을 도입한 ‘튜링 기계’를 고안했다. ‘계산 기계와 지능’이란 논문에서 생각하는 기계의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 지능을 판단하는 ‘튜링 테스트’도 만들었다.
기술 한계가 두 차례 '겨울'로
그로부터 얼마 뒤에 AI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존 매카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1956년 미국 뉴햄프셔 하노버에서 ‘다트머스 콘퍼런스’를 열고 컴퓨터 및 인지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란 단어를 만들고 개념을 정립했다. 이들이 생각한 AI는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해 추상적인 개념을 다룰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기계였다. 이후 1958년 신경생물학자 프랭크 로젠블라트가 뇌의 뉴런처럼 연결된 인공 신경망인 ‘퍼셉트론’을 개발했다. 현재 AI 핵심 기술인 딥러닝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AI의 개념부터 기반 기술까지 빠르게 등장하면서 금세 AI가 현실화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사회를 지배했다. 정부와 기업의 대대적 투자가 이뤄졌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69년 AI의 대가로 꼽히는 마빈 민스키 미국 MIT 교수가 퍼셉트론의 근본적 한계를 증명해내면서 AI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이른바 ‘AI 겨울’이 찾아왔다.

AI에 다시 봄이 찾아온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의 등장과 함께다. 특정 분야 전문 지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사람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AI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적용 영역이 제한적이고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 복잡했다. 198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PC)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문가 시스템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렇게 두 번째 겨울이 시작됐다.
능력 증명한 챗GPT는 다를까
AI를 만들기 위해선 AI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2000년대 이후 세 가지 요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AI에 다시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은 초거대 AI의 밑거름이 됐다. 트랜스포머는 문장 속 단어와 같은 순차 데이터 내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AI가 자연어를 배우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나온 서비스가 오픈AI의 챗GPT다. 앞서 수십 년간 나온 AI 서비스가 가능성, 잠재력을 보여줬다면 챗GPT는 처음으로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등 세계 정보기술(IT)업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AI는 전에 없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폭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한 단체가 AI 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 등이 동참했다. 탈로스를 창조하겠다는 오래된 욕심이 실현될지, 또 한 번 긴긴 겨울을 보낼지 변곡점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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